개인 맞춤 영양 상담으로 약사 직능을 확대하다

2024.08.05

지난 4월 복지부의 DTC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판매와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이 허용되면서 약국의 유전자 검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이러한 새로운 기대 속에서 참약사 헬스케어 연구소장 김은영 약사(이하 김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연구소 업무 전반에 관여하는 김 소장은 최근 소분 조제가 가능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가장 크게 강화했다. 또한 유전자 검사 기반 상담,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기반 상담을 포함한 약사 대상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개인 맞춤 영양 상담으로 약사 직능을 확대하다
김은영 약사 (참약사 연구소장)

Q. 약국에서 개인 맞춤 영양 상담을 도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약국 상담에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 유전자 상담 약사 아카데미를 만들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약사님께 전달하면 좋을 것 같아 2020년에 규모를 확대해서 유전자 검사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맞춤형 건강 상담 교육 과정을 진행했고, 상담에 도움되는 다양한 도구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란?
유전자 검사는 타액이나 세포와 같은 인체 유래물에서의 유전정보를 통해 개인을 식별하거나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 등을 위해 실시하는 검사이다. 영양소, 건강관리, 운동, 식습관, 개인 특성, 피부·모발 등 최대 181개 항목에 대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주 정도 소요된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칭하며, 장 내에 가장 많은 수의 미생물이 서식하기 때문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세컨드 게놈(second genome)이라고 한다. 장 질환, 아토피, 비만, 당뇨병과 같은 대사 질환과 연관이 있으며, 최근에는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과 노화, 탈모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 검사를 통해 장내 미생물 다양성 지수, 유익균과 유해균의 종류 및 비율, 장 건강지수(변비, 설사, 복부팽만감 등), 그 외 장유형/웰니스 지수(수면)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Q. 개인 맞춤 영양 상담 시 기존 상담과의 차별점 혹은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A. 먼저 현재 상태는 유전적 요인에 더해 식습관, 생활 습관 등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입니다. 유전적 요인은 한 번 검사를 해놓으면 바뀌지 않는 건강 상태 활용 지표입니다. 그렇기에 약국에서는 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가 현재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예를 들면 유전자 검사에서 비타민C 농도가 낮다고 나온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비타민C 농도가 낮을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실제로 낮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전적으로 유전자 검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이 지표를 활용할지가 중요합니다. 항목별로 유전 영향이 높은 항목은 유전자 검사 결과 의존도를 높이고, 유전 영향이 적은 항목은 오히려 현재 상태를 중점적으로 상담해주셔야 합니다.

이뿐 아니라 현재 증상을 파악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현재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 ‘피부에 관심이 많다’ 등이 해당할 수 있겠죠. 식습관과 생활 습관, 약력이나 병력, 가족력 등의 데이터와 건강검진과 같은 건강 데이터를 활용하는 업체가 이미 많습니다. 다양한 업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 추출을 위한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데이터가 제일 좋다기보다는 통합적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합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해결책을 줄지 의사결정하고 약국의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할 방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Q. 개인 맞춤 영양 상담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예전에는 질병 치료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요즘은 현재의 건강 유지와 미래에 걸릴 질병 예방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유전자 검사나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통한 개인 맞춤 영양 상담은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전자 검사의 경우, 10개 남짓의 검사 항목이 181개까지 늘었고, 규제와 관련해서도 지속해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약국 현장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국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 개개인에게 건강기능식품을 소분해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 건기식 소분 사업처럼요. 이러한 고민이 선행된다면 현실적인 참여가 늘어나고 상담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건기식 소분 사업이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건기식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맞춤형 건기식 소분사업이 제도화됐다. 내년 2025년 1월 3일, 별도의 신고 없이도 건기식 소분 사업이 전체 약국에서 가능해진다. 개인의 복용 약물, 생활 습관, 건강 상태에 대한 심층 분석을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소분해 개인 맞춤 포장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Q.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서 약사로서의 직능 확대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약사는 계속해서 공부할 수밖에 없는 직업입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고 건강 가이드라인이 변경되는데, 잘 모르면 따라갈 수 없어요. 유전자 검사를 포함해 여러 가지 건강 데이터들이 사용되고 있고 약국에서 활용하는 정보의 범위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커지고 있고, 약사가 할 수 있는 일도 판매뿐만 아니라 상담과 콘텐츠 제작과 같이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를 알고 공부할 수 없는 시대인 만큼 더더욱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분야를 정해서 전문적으로 파고들면 앞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