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 멜라토닌이 명약 주경미 박사, 식물성 멜라토닌 제제 …약사 상담을 통해 활용 기대

2024.06.04

주경미 박사(약학 및 경영학)
“약사님, 멜라토닌 있어요? “

‘수면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멜라토닌에 대한 질문이 갑자기 많아졌다. 

“약사님, 멜라토닌 있어요? “

‘수면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멜라토닌에 대한 질문이 갑자기 많아졌다. 각종 매체의 건강 프로그램에서도 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멜라토닌 권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듯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verifiedmarketresearch)에 따르면, 2022년 멜라토닌 의약품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2조가 넘었고 연평균 성장률을 고려할 때, 2030년에는 4조 7천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합성 멜리토닌이 전문의약품이고 해외직구는 불법이라 멜라토닌에 대한 장벽이 높았다. 그런데 최근 식물성 멜라토닌이 출시되어 누구나 구입하여 섭취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유튜브 등 여러 채널에서 건강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약국용 멜라토닌 출시에 즈음하여 약국에서 상담에 활용할 수 있는 멜라토닌의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 본다.

“약사님, 멜라토닌이 호르몬이에요?”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예일대학에서 백반증을 연구하던 Lerner는 피부 색소 침착을 일으키는 물질을 찾던 중에, 소의 송과선 추출물을 올챙이와 함께 병에 넣었더니 올챙이 피부가 너무 투명해져 심장과 장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후 1958년, 이 물질을 소 뇌의 솔방울샘에서 분리해서 구조(N-아세틸-5-메톡시트립타민)를 벍힌 것이 멜라토닌이다.

어둠을 뜻하는 그리스어 '멜라스(Melas)'에 '세로토닌(Serotonin)'이 합해져 멜라토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멜라토닌은 세로토닌과 깊은 관계가 있다. 망막으로 빛이 들어가면 세로토닌을 만들고, 해가 사라지면 뇌의 송과선에서 세로토닌이 멜라토닌으로 바뀌어 분비되기 시작한다. 뇌에서 분비된 멜라토닌은 새벽 2~3시에 최고치에 이르고, 뇌척수액을 통해 혈액으로 전달되어 전신으로 분포되어 졸음을 유도하고 심장, 혈관, 간, 폐, 피부 등 대부분의 기관에서 생리적인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약사님, 멜라토닌과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신체의 일주기리듬은 수면과 각성 주기를 관장하는 24시간 생체시계로, 주변 밝기와 어둠에 따라 조정된다.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시상하부핵(SCN)이라는 영역에서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데 이곳은 빛 노출에 직접 영향을 받으면서 멜라토닌이나 코르티솔을 생성하여 수면-각성 주기를 설정한다.

멜라토닌은 해가 지는 저녁 7~8시에 올라가기 시작해 새벽 2~4시경 가장 높은 농도를 유지하며 숙면을 돕는다. 이후 해가 뜰 즘에는 분비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뇌가 각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호르몬 변화를 ‘서카디언 리듬(Circadian rhythms)’ 또는 일주기리듬이라고 한다.

서카디언에서 서카는 대략을 의미하고 디언)은 하루를 뜻하는 디엠에서 유래하여 빛과 어둠을 교대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생물학적인 과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일주기리듬의 지배를 받는 수면-각성 주기는 소화, 체온, 식습관, 호르몬 분비 등에 영향을 미치고 일주기리듬의 교란은 비만, 불안, 포도당 대사 장애, 우울증, 피로, 집중력 저하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건강을 최적화하기 위한 일주기리듬의 조절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주기리듬에 장애가 생기면 배고픔-포만감 신호와 식사 행동에 영향을 주어 포도당과 지질 대사가 손상되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 성선 자극 호르몬과 같은 성호르몬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 교대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주리듬의 교란이 생리 주기를 방해하여 생식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님, 멜라토닌 분비량은 나이와 관련이 있나요?

멜라토닌은 신생아에서 최소량이 분비되다가 점차 증가해 10세 전후로 최대량이 분비되고 사춘기 무렵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30세 이후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줄면서 뇌의 송과선이 퇴화하면서 멜라토닌도 감소하는 것으로 50대 이후에는 젊은 시절 최고 분비량의 1/10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100일 이하의 영아는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자주 깨고 잠들고를 반복하며 50대 이후에는 잠이 줄고 자주 깨며 새벽잠이 없어지는 것도 멜라토닌의 분비량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50대 이후 수면장애와 이로 인한 건강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멜라토닌 보충을 적극 고려해볼 수 있다.

“약사님, 여러 연구에서 멜라토닌을 '항노화 효과가 있는 물질'로 인정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멜라토닌이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여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함으로써 만성 질환 및 조기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 외에 항산화 작용과 면역강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멜라토닌의 항노화 효과가 조명되었다.

세포내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성과정에서 생기는 활성산소를 중화하기 위해 스스로 멜라토닌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항산화제는 활성산소에 전자를 하나 줌으로써 환원을 시키고, 자신은 산화되므로 항산화제 1분자는 활성산소 1분자를 제거한다.

반면 멜라토닌은 한 개 분자가 열 개의 프리라디칼을 소거할 수 있어 극강의 항산화제라고 불린다.

또한 멜라토닌은 활성산소를 소거하고 자신이 산화되어도 산화력을 나타내지 않으며 카탈라아제(cataladse)등의 항산화효소의 활성까지 높이는 것으로 밝혀져, 멜라토닌의 독특한 항산화시스템을 ‘멜라토닌 캐스케이드’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독특한 기전을 가진 멜라토닌의 항산화효과는 비타민E의 10배, 비타민C의 13배에 이르고, DNA 손상방지 능력 또한 비타민C, E에 비해 60~70배나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결과(Kvetnoy 외, 2022)에 따르면 흉선, 비만 세포, 자연 살해 세포, 호산구성 백혈구, 혈소판 및 내피세포에 분포되어 있는 멜라토닌 또는 그 대사 산물 중 하나는 T-헬퍼 세포 활동과 인터루킨-2(IL-2) 생산을 회복하여 면역 균형을 조절하고 사이토카인 유전자의 발현에 관여하여 NF-kB와 DNA의 결합을 감소시켜 항염증 효과를 나타냄으로써 세균 식균 작용의 개선과 손상된 부위의 회복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외에도 멜라토닌의 항암기전이나 차매 유발 단백질 억제 및 배출 효과 등에 관한 연구가 발표되면서 멜라토닌은 수면 외 다양한 건강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약사님, 식물성 멜라토닌은 누가 얼마나 먹으면 좋을까요?

-노화로 수면의 질이 낮고 불규칙한 경우
-장거리 여행으로 시차를 극복해야 하는 경우
-교대근무자 일정기간마다 근무 시간이 바뀌는 경우
-급성 스트레스나 불안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

위 같은 경우에 멜라토닌은 수면을 개선하는 직접적인 효과와 함께 대사, 면역, 해독, 항산화, 뇌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건강 관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수면장애는 증상과 지속기간 및 현재 상황에 따라 개인차가 있으므로 식물성 멜라토닌을 섭취하는 경우 2mg 으로 시작하여 약사 상담을 통해 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분비에 영향을 주는 약물, NSAIDs처럼 멜라토닌 분비를 감소시키는 약물 및 서카디언리듬에 변화를 주는 스테로이드 약물 등은 불면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약국에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경우, 환자가 복용하는 처방약을 검토하는 것도 약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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