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원하는 답, 팩트가 아니면 말하지 않는 약사죠”

2022.11.21

현장 | 하상민 제주시 참약사 알로하약국 약국장

영양제 비대면 상담서비스 ‘핏타민’, 동물용품 ‘자유펫’ 단독 도입

 

[제주 = 황재선 기자] 대도시에서 조차 생소한 영양제 비대면 상담과 구독 서비스를 제주에 도입한 곳은 참약사 알로하약국이다. 히트뉴스는 제주공항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의 제주시 외도동에 자리잡은 알로하약국을 찾아 하상민 약국장을 만났다.
하상민 제주 알로하약국 약국장 
하상민 제주 알로하약국 약국장 

외도동은 제주라는 느낌보다 여느 동네를 연상시켰다. 산도, 바다도 보이지 않았고 이런 저런 상가 건물들만 즐비했다. 관광객보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이들이 약국 주위를 오갔다.

약국 판매대 위에는 카페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모니터 2대가 매달려 있다. 지금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하와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서핑 영상과 함께 재즈 음악이 흘러 나왔다.

알로하약국의 시그니처는 천장에 달린 두 모니터다. 각 모니터에 아름다운 바다, 서핑 영상이 계속 송출된다.
알로하약국의 시그니처는 천장에 달린 두 모니터다. 각 모니터에 아름다운 바다, 서핑 영상이 계속 송출된다.

 

하상민 약사는 “약을 기다리는 동안 재즈를 듣는 분도 있고, 서핑 영상을 구경하는 분이 있다”며 “손님에게 재밌는 약국이라는 인상을 주려했다”고 설명했다.

서핑은 하상민 약사에게 특별한 의미다. 아내를 만나, 제주에 눌러 앉도록 했기 때문이다. “결혼에 성공하자마자, 제주행을 결심했죠. 서핑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신혼 생활 2년 정도만 재밌게 살아볼까 싶어 내려왔다가, 그대로 정착하게 됐다.”

벌써 제주행 7년 차, 약국 개국 5년차에 접어든 반 제주인이 됐다.

 

하상민 약사는 서핑이 좋아 제주에 왔지만, 막상 거주 후에는 많이 접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상민 약사는 서핑이 좋아 제주에 왔지만, 막상 거주 후에는 많이 접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사람’ 하상민 약사는 기자에게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며, 그의 경영 철학을 이야기 했다.

“제 약국 경영 철학은 ‘독점의 기술’이라는 책에 나오는 ‘작은 독점을 꾸준히 찾아나가는 것’이라는 구절에서 왔어요. 악의적, 불법적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빠른 도입을 통한 기간적 독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죠.”

작은 독점은 알로하약국에서 제공하는 영양제 상담과 구독판매 서비스 ‘핏타민’과 수의사, 의사, 한의사 등 의료종사자가 만든 동물의약품 브랜드 ‘자유펫’의 판매 같은 것들이다.

핏타민 서비스는 건강기능식품 소분판매 관련 정부 샌드박스 사업으로 진행되는 대면·비대면 영양제 상담 및 구독 서비스인데, 제주도에서는 알로하약국 하상민 약사만 상담 약사로 활동하고 있다.

자유펫이라는 강아지, 고양이용 스킨케어 제품의 제주도 오프라인 판매 독점권도 확보해 지역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하상민 약사는 “핏타민을 국내에 도입하려 생각했었지만, 제주도는 샌드박스 예외 구역으로 도입할 수 없었다”며 “제주도와 같이 폐쇄된 지역에서 핏타민 서비스는 꼭 필요하다 생각해, 참약사 체인 본사와 수개월간 노력 끝에 제주로 도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의사, 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들이 모여 개발한 ‘자유펫’ 제품을 제주도민에게 단독 공급하고 있다”며 “추후 개발과정에도 참여해 제주도 자생 천연물을 이용한 제품도 개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오후 7시면 닫는 제주도 약국 가운데 가장 늦께까지 자리를 지키는 하 약사는 저녁 8시 30분까지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늦은 시간 멀리서 묵고 있는 관광객들까지 방문하곤 한다.

하 약사는 “아내는 이런 나를 보고 욕심쟁이라며, 이럴거면 왜 제주도에 놀러왔냐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면서 “늘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켠에 영양제 전문 상담 공간을 만들었다. 대면·비대면 가리지 않는 영양제 상담의 전문가로 거듭나고 싶다는 의지에서다.

“지난 번에 여기서 산 약이 다른 약국에는 없더라고. 그래서 거기서 추천해 준 다른 걸 먹었는데 효과가 영 별로야…” 

“앗, 이거 만든 회사만 다르지 제가 드린 거랑 똑같은 약인데요. 저번보다 증상이 좀더 심해서 그렇게 느끼셨나 봐요.”

상품명만 다르고 성분은 똑같다고 말하면 될 걸,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사실을 고한다.

제주 알로하약국 전경
제주 알로하약국 전경

 

하 약사는 복약상담에 관한한 외골수다. 과학고와 약학을 졸업한 순도 100% INTJ(MBTI 중 ‘용의주도한 전략가’) 이과인으로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 그는 상대의 기분을 안 다치게 하면서 팩트를 전달하는 것에 안감힘을 쓰는 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 노력이라고 한다.

“전, 모르는 건 모른다, 알 수 없는 건 알 수 없다, 손님이 듣고 싶은 말만 해주지 않는 약사에요. 그래도 약국이 유지 되는 걸 보면 이 사람이 거짓말은 안 하겠구나하고 믿어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