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에서 ‘채팅소설’ 작가로…’덕업일치’ 이룬 약사

2022.11.28

[인터뷰] 임종섭 약사, 카카오페이지 용한약국의 사건수첩 연재

“약사가 약국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약을 대하는지 흥미로운 주제 속에 자연스럽게 약사의 역할을 녹여내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분야에 전문성을 쌓아 직업으로 삼는 일명 ‘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말)가 각광받는 시대다. 누구나 덕업일치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 진정한 덕업일치에 성공한 약사가 있다. 울산에서 희망약국을 운영하는 임종섭 약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평소 글씨기에 취미가 있던 그는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했고, 이를 눈여겨본 관계자에 의해 정식 작가 데뷔를 이루게 됐다.

임 약사는 “신문이나 블로그,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내용을 좋게 보신 관계자가 연락로부터 연락이 왔다. 채팅소설이라는 새로운 소설 플랫폼을 론칭하고자 하는데, 다양한 영역의 다양한 주제의 소설이 올라왔으면 좋겠다며 작가로서의 제안을 줘 시작하게 됐다”며 웹소설 작성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입봉작 ‘용한약국의 사건수첩’은 웹소설로 초능력자 약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타인과 접촉을 하면 그 사람이 먹는 약과 먹을 약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고, 이를 토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지난 24일부터 카카오페이지의 ‘채팅소설’을 통해 연재된 용한약국의 사건수첩은 시즌제로 진행되며 매일 3화씩 오픈되고 있다.

임 약사가 약사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소설이라는 친근한 매체를 통해 ‘약국 약사’의 역할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타 직군과 달리 약사의 역할이 환자들에게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에 임 약사는 약사의 역할이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소설을 쓰는 게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임 약사는 “약국 추리물은 거창하고 약국 일상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에서 다른 직군에 비해 약사가 하는 일이 너무 드러나지 않다고 느꼈다”며 “타 직업군은 멋지게 미춰지는 반면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만 짓는 직업으로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약사가 어떤 일을 하고 약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게 관여하는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약사의 역할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약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가 잘 없었는데 이를 계기로 약사들의 일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사실 ‘용한약국의 사건수첩’은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2020년에 작성한 소설이다. 당시 약국을 찾는 환자가 급격하게 줄면서 시간적 여유가 늘었고 임 약사는 이를 계기 삼아 약국의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글로 풀기로 했다.

소재 부담은 없었다. 약국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 벌어지는 모든 사연이 그에게는 소재가 됐고 그것은 곧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전달됐다. 특히 손님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게 적성에 맞는 그에게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다만 아이 셋을 키우는 아빠로서 육아와 약국을 병행하며 소설 작성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웃음).

임 약사는 “코로나19 초기 당시 약국이 너무 조용했는데 이때 소설을 많이 작성했던 것 같다. 현재는 약국과 집에서 소설 작성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육아를 하면서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의 최종 꿈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약국 약사로서 작가로서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즐겁게 사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열심히 약국 운영하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제 계획이다. 즐겁게 사는 계획에는 채팅 소설을 계속 적는 일도 들어간다”며 “제 글을 읽는 사람이 유쾌하고 즐거운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하면 무겁지 않게 글을 쓰며 약사의 역할을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약사가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 사람들에게 약국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많은 응원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