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디지털치료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약사가 이끌어야 할 디지털헬스케어 <2>

2022.04.11
시대의 패러다임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폭풍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이던 국내 보건의료계도 변화의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같았던 디지털치료제도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디지털치료제는 무엇일까요, 작동 원리는 무엇이며, 어떤 질병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상담포인트는 무엇인지, 아직은 막막합니다. 이에 ‘참약사 디지털헬스케어 스터디 DOPA’를 통해 약사의 새로운 영역을 함께 공부하고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호에 이어서>
디지털치료제란?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키워드는 바로 ‘디지털치료제’이다. 2019년 하반기부터 갑자기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디지털치료제는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기반 치료제 개입(evidence-based therapeutic interventions)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한다.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다.

FDA에서는 소프트웨어 단독으로 구성된 의료기기를 SaMD(software as Medical device)로 명명해 의료기기 관할부서인 CDRH에서 심사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로 명명하여 2020년 8월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즉 규제기관에서는 디지털치료제를 약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4세대 의약품으로 일컬어지면서 규제기관의 허가 후 의사의 처방을 통해 사용돼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실제로 디지털치료제는 처방을 통해서만 사용될 수 있을까?

Digital Therapeutics Alliance(DTA)에 따르면 디지털치료제는 ① 질병 치료 ② 질병 관리 ③ 건강 기능 개선으로 나뉜다. ①은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지만 ②, ③은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아도 구매할 수 있다. 즉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가 다수 존재한다.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영국 NHS의 보험적용을 받은 대표적인 예시로는 불면증 디지털치료제인 Sleepio가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디지털치료제로 일컬어지고 있는 소프트웨어들은 주로 중독, 불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과 ADHD, 치매, 자폐와 같은 신경질환, 그리고 당뇨로 대표되는 만성 질환 관리에 개발되고 있다.

Welldoc의 BlueStar, Palo Alto Health Sciences의 Freespira는 디지털치료제라는 개념이 유명해지기 전 이미 SaMD로서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Pear therapeutics의 reSET, reSET-O, Somryst 그리고 Akili의 Endeavor 등은 FDA의 치료목적으로 승인을 받아 처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사례는 아직 없으며 10개 제품이 임상시험계획 승인 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어서 빠르면 2022년 하반기에는 국내 1호 디지털치료기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디지털치료제가 갑자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비침습적이기 때문에 침습적인 약과 의료기기에 비해 독성과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생산단가가 저렴하고 확장성이 무한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의료체계의 니즈가 증가하며 디지털치료제는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기존의 의약품에서는 불가했던 의료기관 밖에서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은 기존 의료체계를 뒤바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장규모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국내 디지털치료제시장이 지난해 2017억원에서 2023년 3263억원으로 커진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크게 규제, 수가, 사용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일단 명확환 규제 체계가 미비하고, 아직 사례가 많지 않으며 무엇보다 치료제라는 측면에서 안전성 관리 기준이 아직 부재한 상태이다.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받아도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의료보험 수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법 대비 비용효과성도 증명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모두 해결되더라도 상용화를 위해서는 의사가 디지털치료제를 처방을 해야 하고, 환자가 사용을 해야 한다.

의약품에서도 복약이행도 저하가 큰 문제인데 의약품보다 사용이 복잡하고 효과도 느리게 나타나는 디지털치료제를 환자가 쉽게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년층에서는 디지털기기의 사용 자체를 어려워하는 Digital illiteracy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환자의 사용 저하는 결국 outcome의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시장의 쇠퇴를 낳는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약사가 전문으로 하는 의약품이 아닌 디지털헬스케어, 디지털치료제는 약사와는 거리가 먼 얘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약사의 직능을 빼앗아갈 경쟁자로 여기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해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때 진정으로 약사의 직능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연재될 저널들에서는 한 차례 약국과 디지털헬스케어 사례, 디지털 적용사례에 대해 다룬 후 각 질병 별 디지털 치료방법과 솔루션 그리고 수집되는 디지털 데이터 해석 방법에 대해 약 25주간 다뤄보고자 한다.

성혜빈 약사. 참약사 디지털헬스케어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