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근’하려다 다치기 일쑤…스포츠에서도 약의 전문가 ‘약사’ 역할 커

2023.07.12

정상원·최은석 등 약사 8인 ‘스포츠 영양 Q&A’ 집필…100문 100답

최은석(왼쪽)약사와 정상원 약사가 최근 서울 성북구 참약사 본사에서 가진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약사들이 답하는 스포츠 영양 Q&A’저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은석(왼쪽)약사와 정상원 약사가 최근 서울 성북구 참약사 본사에서 가진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약사들이 답하는 스포츠 영양 Q&A’저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디프로필 0기 하루 만에 마감, 선착순 0명 추가 모집합니다”

온·오프 라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다. 한 업체에서 보디프로필 기수를 모집하면 눈 깜짝할 새 마감되고, 심지어 보디프로필을 잘 찍기로 소문난 스튜디오는 올 여름 예약이 꽉 차있어 양도를 기다려야 한다. 각종 SNS엔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해시태그와 보디프로필 게시물이 넘쳐나고 유튜브엔 운동 관련 채널이 가득하다. 최근 한 TV예능 프로그램은 최강의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는 100인이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대결하는 구성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야말로 건강하고 탄탄한 몸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과열된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그 환상의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보디프로필이 끝나자마자 폭식과 생리불순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젊은 여성, 무리한 다이어트로 거식증을 호소하는 20대 청년, 운동하다 다쳐 입원했다는 중년 남성 등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이에 스포츠에도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약물이나 스포츠테이핑 등 컨디셔닝 맞춤 상담사로 약의 전문가 ‘약사’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8명의 약사가 최근 ‘약사들이 답하는 스포츠 영양 Q&A’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들은 전문가 입장에서 일반인들에게 꾸준히 상담해 준 약사들이기에 실생활에서 필요한 여러 영양 정보와 약의 선택 및 복용법을 실용적으로 제안했다. 책의 저자는 위가영·정상원·김준영·정인지·최은석·최은진·김진명·이민아 약사다.

대표 저자인 정상원 약사는 “스포츠 영양학을 약사 관점에서 보면 영양제는 물론, 생활습과과 식이요법까지 아우르는 컨디셔닝 영역의 상담으로 무궁무진하게 확장이 가능하다”며 약사의 새로운 영역을 강조했다. 약사 직능 및 전문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정 약사는 다이어트가 스트레스 원인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중 조절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면 치료 억제제 등을 사용해 해소해주는 등 다이어트를 올바른 방향을 이끌어가는 게 전문가의 역할”이라면서 “최선의 대사 상태를 유지하는 체중이 가장 이상적인 체중”라고 밝혔다.

최은석 약사도 “건강한 몸은 무조건 멋있고 예쁘게 가꾸는 것보다 신체의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몸의 기능성을 강화시키면 컨디션도 좋아지고 힘도 나고 체력도 좋아져 더 빠르고 오래 뭔가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약사는 SNS에서 ‘까망약사’로 유명하다. 2020년부터 블로그를 통해 약국의 일반·전문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한약제제 등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있고 올 초엔 스포츠약학회를 창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스포츠약학회엔 200여명의 약사와 약대생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 약사는 ‘케키쿠-운동에 미쳐버린 약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크로스핏과 보디프로필 준비 식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년 크로스핏 게임즈 2단계에서 아시아-한국 약사 중 1등을 차지한 이력을 가진 그는 스포츠약학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다음은 정상원 약사, 최은석 약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책이 꽤 작은 포켓형 핸디북이다.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인가?

정상원 약사 : 맞다. 책 크기가 한 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책 편집 회의 처음부터 나왔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편하게 꽂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는 형태로 의도했다.

Q. 스포츠 영양학에 관한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정상원 약사 : 스포츠 약학회를 창립하기 전엔 스포츠 영양 약학 연구 모임을 만들어서 소모임처럼 공부했었다. 스포츠 영양 약학 분야가 약사의 새로운 상담 포지션이나 영역으로 확장되면 좋겠다 싶어 출판하게 됐다. 그때 함께한 분들이 최은석 약사처럼 건강한 몸을 갖고 있거나, 주짓수부터 태권도까지 다양한 운동에서 일반인 이상 꽤 높은 수준의 운동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본인들의 전문성과 운동을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반영됐다.

Q. 시중의 관련 도서들과 차별점이 있다면?

정상원 약사 : 전문성 부분에서 가장 특화돼 있다고 자신한다. 요즘 입증된 사실이 아님에도 몸이 좋은 트레이너의 말은 다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책엔 실제 약의 전문가인 약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했고 참조문헌과 근거를 보완해 ‘진짜’를 전달하고자 했다. 다만, 그래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Q.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의지 박약’ 일반인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최은석 약사 : 우선 운동을 할 수 있는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다. 운동 장소가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워 운동하러 편하게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운동은 크로스핏을 추천한다. 크로스핏은 기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건강을 챙기면서 몸도 멋있어지고 예뻐질 수 있다. 수업이 그룹 피티 형식으로 운동이 굉장히 다양하게 짜여 있는 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구성도 다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칼로리 소모로 살을 빼고 몸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Q. 이 책을 꼭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정상원 약사 : 스포츠 영양 분야는 평생 컨설팅이 필요한 만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올바른 지식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읽었으면 좋겠다. 또 생활 스포츠인들이 굉장히 많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생활 스포츠인들이 정보를 얻는 채널 자체는 한정돼 있는 것 같다. 그런 분들이 정보를 얻기에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생활스포츠인과 영양사분들께도 추천드린다.


Q. 다이어트를 할 때  어떤 영양제가 좋은가?

최은석 약사 : 이론과 실전, 그 중심점을 찾아서 고르는 게 중요하다.
쉽게 말하면, 유튜브에서 실제 운동하는 사람과 학문적인 공부를 하는 사람 두 가지 콘텐츠를 같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조언해주자면, 영양제는 다이어트라는 카테고리로 봤을 때 오메가 3 정도밖에 없을 것 같다.

정상원 약사 :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집필할 때도 우리 8명은 트렌드나 유행과 상관없이 꼭 필요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어떤 사람이 얘기해서 혹은 누가 먹어서 중요한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원래 이런 게 좋고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해야 된다”라는 방향성을 알려주고 싶었다.

Q. 스포츠 관련 컨설팅을 지금껏 해오며 보람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최은석 약사 : 요즘 30명에게 보디프로필 컨설팅을 영양과 식단을 위주로 해주고 있다. 특히 참여자들에게 운동 전 탄수화물을 먹으라고 강조하는데 컨설팅 초반엔 참여자들이 ‘왜 탄수화물을 먹으라고 하느냐’고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운동할 때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근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탄수화물 섭취와 근력 운동을 강조한 결과 참여자 대부분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현재 54Kg 정도로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히는 참가자가 예전엔 90Kg까지 나갔었다며 좋은 후기를 남겨 보람을 느꼈다.

Q. 운동, 특히 크로스핏에 대한 엄청난 애정이 느껴진다. 어떤 매력이 있나?

최은석 약사 : 운동은 인풋 아웃풋이 확실하다. 그래서 주변을 봐도 내 컨디션이든 몸의 체중이든 변화를 느끼면 운동을 계속 하게 된다. 노력한 만큼 보상해 주는 것은 운동 밖에 없다.
또 엄청 힘들게 운동하고 나서 샤워하고 나왔을 때 상쾌한 느낌이 있어 중독되는 것 같다.

Q. 두 분이 스포츠 약학회의 회장과 부회장이신데?

정상원 약사 : 약사 5명과 감사 2명, 총 7명이 스포츠 영양학 관련 공부를 해왔다.  ‘스포츠 약학’이란 영역이 분명히 존재했는데 왜 ‘스포츠약학회’는 없을까 해서 올해 초 시작했다. 임원 모두가 30대로 젊은 우리 학회는 우리만의 색깔이 있다. 무엇보다 참 많은 걸 물어볼 수 있는 ‘약사’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최은석 약사 : 제 직업은 약사지만 운동을 많이 좋아하고 잘하는 편인 만큼 약사로서의 또 다른 능력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 운동에 대한 욕심은 물론, 제 몸에 대해 발전시키려고 하는 욕구가 큰 만큼 스포츠 약학회에서 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Q. 7월 9일 스포츠약학회의 발대식에서 진행한 ‘스포츠 한의학과 도핑’ 강의가 눈에 띄는데.

정상원 약사 : 같이 책 읽고 교류하는 한의사 그룹이 있다. 약사와 한의사는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목적은 같다고 생각한다.
힌의학에 대해서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이 있다는 것도 안다. 한의학이 ‘임상의 과학’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데이터가 쌓인 영역인데다, 실제로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 의약품이나 전문 의약품에 한약제제가 있는 만큼 근거가 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동병상련의 처지기도 하다. 의사들이 보건의료계 타 직종을 도구화시키는 경향이 좀 있다. 우리도 각자의 포지션이 명확하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한의사와 협업은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