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57주년 특집] 약국 IT화…”AI는 도구, 약사는 판단자”

2025.08.01
[창간57주년 특집] 약국 IT화…”AI는 도구, 약사는 판단자”

“디지털 기술 혹은 AI는 약사의 전문성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AI는 ‘도구’이고, 약사는 ‘판단자’다.”
디지털 기술 발달이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약국도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닌 직면한 현실이 됐다.

변화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약국이 환자와 더 깊게 연결되고, 약사가 건강관리의 중심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IT와 AI는 약국의 혁신을 이끄는 동력인 동시에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 기술 그 자체보다 약국 운영 현실, 약사의 개인적인 역량, 제도적 뒷받침, 환자 수용성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의료환경의 디지털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약국 역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진료, 처방전 전송, 복약상담 앱 등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됨에 따라 약사의 역할은 ‘조제 중심’에서 ‘건강관리 중심’으로의 전환이 절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선 약국의 현실은 여전히 시스템 간 연동 미비, 낮은 투자 여력, 법제도 미비 등으로 IT 도입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 전환, 약국의 현실은?
최근 몇 년 사이, 약국 현장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도입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처방전 자동 스캔 시스템, 약품 재고 예측 프로그램, 모바일 기반 복약 알림 서비스 등은 대표적이다. 일부 약국에서는 AI 기반 복약상담 보조 시스템을 도입해, 다약제 복용자의 부작용이나 상호작용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기도 한다.

약국 경영 측면에서도 IT 기반 매출 분석, 스마트 발주 시스템, 약국 고객 관리(PMS) 솔루션 등이 상용화되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대형 체인약국이나 병원 약국을 중심으로는 조제 자동화 로봇, 음성인식 기록 시스템도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소형 약국이나 1인 약국은 여전히 고가의 장비 도입, IT 시스템 구축에 따른 유지 비용, 사용법 교육의 어려움 등 현실적인 장벽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약국’이 아직까지는 일부에 국한된 변화로 머무르는 이유다

의료계가 원격 진료, 모바일 건강관리, 웨어러블 기반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약사 역시 환자의 디지털 헬스 여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조제자’에서 벗어나 건강관리 파트너이자 생활밀착형 헬스케어 제공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약사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고령자 대상 다약제 복용 조정, 비의료 취약계층의 1차 건강상담 등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하면 환자의 복약 이력 분석, 상호작용 감지, 건강기능식품 추천 등 개인 맞춤형 약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의 약사들은 IT화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도입 과정의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크다. 자동조제기, 처방전 스캔기, 복약상담 플랫폼 등은 초기 설치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하고, 유지보수 및 교육 비용까지 고려하면 개별 약국의 투자 여력 밖이다.

또한, 병·의원 전산과의 연동 부족, 중복된 입력 시스템, 환자 수용성 부족, 공간적 제약 등의 문제도 지적된다. 특히 고령 환자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복약 알림 앱, 건강데이터 입력 등 디지털 도구 자체에 대한 이용 장벽이 존재한다.

법제도 측면에서도 AI 기반 약료서비스, 자동화 도구 활용 등에 대한 제도적 지위가 불명확하다. 복약상담에 시간이 더 들고 환자 상태를 분석하더라도 별도의 수가 인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T·디지털, 공감은 되는데…어떻게
현장의 약사들은 IT화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도입 과정의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약국에서는 처방조제, 복약상담, 재고관리, 보험청구, 고객관리 등 다양한 시스템이 함께 돌아간다. 문제는 이들 시스템이 업체별로 서로 연동되지 않거나, 중복되는 작업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AI 기반 상담 프로그램이 도입되도 다시 수기로 전산 입력을 해야 하는 등 효율성보다 오히려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도 있다. ‘기술 도입이 곧 업무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회의감이 생기는 이유이다.

또한 실제 약국 내부는 조제 공간, 대기 공간, 상담 공간이 좁고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AI 기반 장비나 스마트 헬스 디바이스를 설치할 물리적 여건이 부족하다.

또한 디지털 복약상담, 건강기능식품 분석, 데이터 기반 서비스 등은 의료행위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법적 안정성도 떨어진다. 기술이 발전해도 이를 수용할 제도적·환경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활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약국 약사들의 지적이다.

약국 경영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약국 IT화는 단순한 업무 효율 향상이 아니라, 환자 중심의 맞춤형 건강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약국의 IT활용과 AI접목의 활용을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약사 개인의 노력이 수반돼야 하며, 약사 대상 IT 실무 교육 확대, 복약상담 수가 개선, 공공 플랫폼 연계 강화 등 현장 기반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관련 교육과 정책적 기반 마련은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풀어야할 과제가 될 것이다.

“AI, 약사의 진정한 도약을 위한 도구로 활용돼야”

참약사 김병주 대표, 디지털 약국 시대의 약사 역할과 AI 활용 방향 제시

참약사 김병주 대표는 디지털 전환의 물결 속에서 약국 약사의 역할이 어떻게 재정립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밝혔다. 김 대표는 AI 기반 복약지도, 디지털 기술과 약국 운영 등 최근 약국가에 불어닥친 변화에 대해 약사가 지녀야 할 전략적 사고를 강조했다.

김병주 대표가 이끄는 약국체인 참약사는 기존 PB제품 중심(1세대), 교육·커뮤니티 중심(2세대) 약국 체인에서 나아가, IT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3세대 약국체인 모델을 지향한다. 김

김 대표는 “처방전 외에도 OTC, 건기식, 건강상담까지 약사가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다면, 환자 신뢰와 약국의 지속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AI 기술이 생활 곳곳에 자리 잡았지만, 정작 약국에서는 여전히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복약지도 분야는 AI의 잠재력이 크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제시된 링크나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이때 약사의 전문성과 AI의 정보 수집 능력이 결합된다면 신뢰 기반의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약국체인인 참약사에서는 약국 데이터 기반의 AI 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약사는 소비자와의 구두상담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며, “AI가 기초 정보를 미리 파악하면 상담의 질과 효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특히 소분 시스템 도입 사례에서, 동일한 제품이라도 약사 상담을 병행했을 때 구매 전환율이 영양사 상담 대비 2~3배 높았다는 성과를 공유했다.

그는 실제로 자사 약국에서 환자의 알레르기 이력, OTC 구매 내역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오며 재방문율과 만족도를 동시에 높여온 경험도 있다.

“약사의 시간을 줄여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설명과 건강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김 대표의 신념이다. 디지털 기술은 약사의 행정·재고관리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고객과의 소통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것이다.

체인약국을 비롯해 많은 약국에서 전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매출 분석·포스 연동·IoT 기기 연계 등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약국 운영의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약국을 위한 솔루션 개발은 과제로 남아 있다.

김 대표는 “약국 환경은 병원과 달리 대형 자본이 진입해 빠르게 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시장이다. 약국이라는 공간의 본연의 역할을 지키면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또는 약사단체 등이 IT 솔루션을 중심으로 불편한 점을 해결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심 있는 주제별로 약사들이 모이고, 정보를 공유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분, 건기식, 약국 IT, 데이터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규모 집단의 실험과 협업이 약국 산업을 바꿀 수 있다”며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의 유무가 아니라 결국 약사의 활용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약국 약사의 역할은 단순 조제자에서 벗어나, 종합적 건강 관리자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국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직업군인 약사는 그동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기술을 습득해 왔다. 디지털 전환 시대, 약국은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