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랄 결핍 유발하는 위식도역류질환

2022.03.07

위산조절제, 비타민·엽산 흡수 환경 저해

드럭머거(drug muggers), 단어 그대로 영양소 ‘도둑’이라고도 해석되는데, 미국의 수지코헨 약사가 최초로 제시했다.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이 분해, 흡수, 배출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필수적 영양소를 고갈시킬 수 있다는 개념으로, 국내에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켜 왔다. 특히 약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환자 상담의 주요한 툴로 활용되고 있다. 대한약사저널은 더약솔루션 장경일 대표와 함께 테마질환의 드럭머거를 전격 연재한다. 약물 부작용으로부터 환자를 지키고 최고의 신뢰받는 약사로 거듭나자.  [편집자 주]

위식도역류질환(GERD) 치료제
소화성궤양이나 위식도역류질환을 치료하는 핵심은 위산 조절이다. 증상에 따라 제산제, 위산분비억제제 등을 가감하여 사용하게 되는데, 증상이 심각할 수록 프로톤펌프억제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위내 산도를 조절하면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가 체내 흡수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제산제와 같이 흡수 과정에서 미네랄과 경쟁적 위치에 놓이기도 하고, 위산 조절제가 영양소의 흡수 환경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를 복용 중인 경우, 생활습관 및 식습관이 치료에 방해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동시에 건강을 위해 섭취하는 보충제가 치료제의 효과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충분히 안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과정에서의 약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챕터에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가 영양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보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가 유발하는 영양소 결핍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는 영양소의 흡수 과정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특히 장기간, 고용량 사용하는 경우에는 우려할 만한 결핍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에 의한 영양학적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전문가적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되 과도한 걱정을 유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비타민B12
비타민B12의 주요 급원은 강화식품, 보충제를 제외하면 동물성 식품이 유일하며(과일과 채소는 박테리아에 오염되지 않는 한 비타민B12를 함유하지 않는다) 음식 속의 비타민B12는 독특한 경로를 거쳐 체내에 흡수된다.

음식 속에서 단백질과 결합된 상태로 존재하는 비타민 B12는 먼저 위장 내에서 강한 위산과 단백분해효소인 펩신에 의해 유리돼야 한다. 유리되어 타액과 결합된 상태의 비타민B12 복합체는 소장으로 내려가 내인성인자(Intrinsic factor)의 도움으로 흡수된 후 수송단백질인 트랜스코발라민 등과 결합돼 조직으로 전달된다.

위산을 조절하면 비타민B12의 유리를 방해해 결과적으로 결핍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도 유의한 수준의 혈중 농도 저하가 다수 보고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소규모로 한정적이고 그 결핍수준이 과연 보충제를 통한 섭취를 필요로 하는 수준인지는 이견이 많다.

구체적으로 보면 H2 차단제를 2년 이상 섭취한 군에서 비타민 B12 결핍 발생이 25%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고, 프로톤펌프억제제 2년 이상 사용군에서는 65% 높아 더욱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소화기학회의 가이드에서는 장기간 PPI 사용 환자에서 일일권장량 이상의 고용량 비타민B12 섭취를 권장하지 않고 오히려 지나친 대응을 경계하고 있어, 건강한 일반인에게 무조건적인 고용량 보충제 섭취가 권고되고 있지 않다는 인식도 함께 가져야 한다.

비타민B12 취약층에는 결핍증상과 적극적인 섭취 방법에 대한 안내를,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결핍 발생 가능성과 적절한 수준의 섭취를 안내해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엽산
소장 내에서 엽산이 흡수되는 최적의 환경은 pH 5.5~6.0 에서 조성된다. 장기간 고용량 제산제나 위산분비조절제를 사용하면서 식이를 통한 엽산 섭취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엽산 결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나,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결핍 발생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임산부, 만성 음주자, 만성 장질환자, 고령층 등 엽산 결핍이 우려되는 환자에게는 보충제를 통한 엽산 섭취를 고려할 수 있으나, 대다수 환자에서 예방적 보충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비타민C
프로톤펌프억제제와 비타민C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를 보면, 오메프라졸 40mg을 4주간 투여해 얻은 위내 pH 중앙값은 1.4에서 7.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4주간 투여 종료시점의 비타민C 평균 혈장 농도는 약 1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원인은 비타민C는 산성이 아닌 환경에서 불안정하기 때문에 프로톤펌프억제제와 같은 위산분비억제제 섭취 환경에서는 생체 이용률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프로톤펌프억제제가 혈청 비타민C 농도를 낮춘다는 증거가 있으며, 이러한 효과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환자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비타민C 농도 변화는 위내 산도를 저하시키는 다른 약물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임상적으로는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다.

프로톤펌프억제제를 복용 중이라면 누구에게나 비타민C 보충제를 보편적으로 권장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음식을 통해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음식을 통한 섭취가 충분하지 않는 경우나 흡연과 같은 비타민C 결핍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보충제를 통해 섭취를 권장할 수 있고, 위식도역류질환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중성화된 제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네랄
2가 양이온들은 강한 산성 환경 하에서 쉽게 유리되어 흡수될 수 있는 상태로 변한다. 위산분비억제제에 의해 위내 pH가 증가하는 만큼(산도가 감소하는 만큼) 2가 양이온 미네랄들은 흡수되기 어렵기 때문에, 위산조절제 장기복용 시 취약해지기 쉬운 대표적인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대량미네랄인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은 유의미한 수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아연, 크롬 등의 미량 원소도 이론적으로는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체내 미네랄 흡수의 효율성은 항상성 유지 기전에 의해 조절되는데 세포 표면 수용체, 세포내 운반 단백질, 저장 단백질, 막횡단 수송의 에너지 조절 등 다양한 수준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위산분비억제제 사용이 생화학적 결핍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핍 발생 가능성은 아래의 <표>와 같이 약제 간, 영양소 간 차이가 있다. 다른 취약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때로는 음식을 통해 예방적 관리를 제안하거나 필요하다면 보충제 섭취를 권장할 수 있다.


마그네슘은 프로톤펌프억제제를 장기간 고용량 사용할 때 결핍 증상에 매우 유의해야 하는 영양소다. 미 FDA에서 프로톤펌프억제제와 연관된 저마그네슘혈증을 경고하고 있고, 특히 디고신이나 이뇨제와 같이 마그네슘을 결핍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약제들과 병용 시에는 저마그네슘혈증 발생을 주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용량 프로톤펌프억제제 사용군에서는 저용량 사용군에 비해 저마그네슘혈증 발생 위험이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네슘은 스트레스에 의해 소모되는 양이 많고 특히 한국인에서 결핍 증상이 잘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방적 보충제 사용과 적극적인 결핍 증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칼슘의 경우, 흡수에 장애가 생기면 혈중 칼슘이온의 수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부갑상선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 골 재흡수를 촉진해 부족한 칼슘을 보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골절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데, 대규모 연구를 보면 프로톤펌프억제제 사용군에서 골절 위험 오즈비가 1.44로 증가하였고, 고용량 사용군에서는 2.65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다른 연구에서도 장기간, 고용량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철분(비헴철) 또한 위내 산도가 충분히 강할 때 효과적으로 흡수될 수 있는데 위절제, 위축성위염 등 위산 분비가 저하된 상태의 환자에서 철분 흡수 저하가 보고된 연구가 있다. 위산분비억제제 복용에 의한 철분 결핍도 이론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있지만, 임상적으로 우려할 만한 결과가 보고되지는 않았다.

아연과 위산분비억제제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소규모로 제한적이긴 하지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시메티딘과 라니티딘을 투여한 결과 아연 흡수와 혈장 농도에 유의한 감소를 보였다. 오메프라졸을 이용한 연구에서도 유의한 수준의 아연 흡수 감소를 나타냈다. 아연 흡수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위산분비억제제에 의한 결핍 발생 수준은 제한적으로 해설할 필요가 있다.

제산제에 들어있는 알루미늄염은 위장관에서 인과 결합하는데, 신장질환자에서 인을 조절하기 위한 용도로 흔히 사용한다.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인 부족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장경일 약사. 더약솔루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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