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 비타민D 등 섭취…’고칼슘혈증’ 주의

2022.07.25

드럭머거(drug muggers), 단어 그대로 영양소 ‘도둑’이라고도 해석되는데 미국의 수지코헨 약사가 최초로 제시했다.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이 분해, 흡수, 배출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필수적 영양소를 고갈시킬 수 있다는 개념으로 국내에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켜 왔다. 특히 약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환자 상담의 주요한 툴로 활용되고 있다. 대한약사저널은 더약솔루션 장경일 대표와 함께 테마질환의 드럭머거를 전격 연재한다. 약물 부작용으로부터 환자를 지키고 최고의 신뢰받는 약사로 거듭나자. [편집자 주]

혈압을 식이요법이나 영양요법으로 조절해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비만, 나트륨 섭취량 등 몇 가지 요인만 고혈압과 관련성이 확립돼 있을뿐 어떤 단일 영양소도 혈압 조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엔 부족하거나 영향이 미미하다. 따라서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묘수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 진료를 통해 적합한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고 체중관리, 운동, 식염섭취량 조절, 식단관리 등 근거기반으로 정립된 기본에 충실한 해법이 강조되고 있다.

본 챕터에서는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 영양소와의 연관성에 대해 고려해야 할 점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칼슘채널차단제와 칼슘, 비타민D
칼슘 섭취와 칼슘채널차단제의 관련성에 대해 다수의 자료에서 언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해보면, 이론상 칼슘 섭취가 칼슘채널차단제의 효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지만 경구용 칼슘제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정맥주사를 통한 고용량 투여 시에만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칼슘채널차단제 복용 환자에게 칼슘 섭취에 대한 우려를 경고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고칼슘혈증이 나타난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고칼슘혈증은 phenylalkylamine 계열의 칼슘채널차단제인 Verapamil(이솝틴)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고 이는 다른 칼슘채널차단제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칼슘보충제나 고용량 비타민D 제제 섭취로  고칼슘혈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상한섭취량 이상의 칼슘을 섭취하는 경우라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칼슘채널차단제와 마그네슘
마그네슘은 칼슘과 혈관 평활근 내로 유입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칼슘채널차단제와 마그네슘을 병용할 때 상가작용이 나타나 저혈압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칼슘과 마그네슘 간 상호작용은 고용량 보충제로 섭취한 경우에 한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마그네슘과 칼슘채널차단제(니페디핀) 병용 연구에서는 유의한 영향이 발생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특히 정맥투여가 아닌 경구투여 시에는 영향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발생 가능한 상호작용은 현장에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보편적인 주의를 권장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베타차단제와 코엔자임Q10
베타차단제는 미토콘드리아의 코엔자임Q10 효소의 활성을 저해해 내인성 코엔자임Q10의 생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심근 기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는 베타차단제에 의한 심근의 코엔자임Q10 억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데 임상적 유의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코엔자임Q10의 투여는 녹내장에 쓰이는 베타차단제인 Timolol의 효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전신 부작용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또한 다른 연구에서도 베타차단제와 코엔자임Q10의 병용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단 코엔자임Q10과 혈압약의 병용에 의해 기존 혈압약의 용량 조절이 필요한 경우가 나타날 수 있으니 혈압 변화를 잘 모니터링 하도록 권장한다.

Hydralazine과 비타민B6
직접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낮추는 Hydralazine은 비타민B6의 혈중 농도를 저하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확한 메커니즘이 확립돼 있지 않으나 비타민B6의 활성형인 Pyridoxal phosphate와 불활성 화합물을 형성해 배설을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제안되고 있다.

비타민B6는 간접적으로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성분이기도 해 Hydralazine을 장기간 복용중인 경우라면 비타민B6가 많이 들어있는 음식(육류, 가금류, 생선류 등 동물성 식품, 바나나, 현미, 시금치 등)이나 보충제를 통한 섭취를 권장한다. 또 간질성 혼수, 피부염, 구내염, 구순염, 설염, 우울증, 뇌파계의 이상 등의 임상적 결핍증상이 나타난 경우라면 전문가와 상의 후 보충제 섭취를 고려한다.

Captopril과 아연
Captopril은 아연과 결합해 아연의 신배설량을 증가시킨다. 아연이 부족해지면 미각이 변하거나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지만 Captopril에 의한 아연 배설 증가는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건강한 사람에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

이뇨제와 무기질 영양소
이뇨제는 소변을 통한 무기질의 배설을 증가시키기도 하고 오히려 억제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뇨제의 특성에 따른 무기질의 상태 변화를 잘 파악해 두어야 한다.

Thiazide계열 이뇨제는 마그네슘과 칼륨의 배설을 증가시켜 혈중농도를 낮추는 한편 칼슘은 배설을 감소시켜 오히려 혈중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가장 강력한 이뇨효과를 나타내는 Loop 이뇨제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의 재흡수를 모두 억제해 배설을 증가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저칼륨혈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동시에 영양학적으로 칼슘, 마그네슘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비타민C나 비타민B1, 비타민B6과 같은 수용성 비타민도 Loop이뇨제에 의해 배설이 증가하지만 임상적으로 대응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

칼륨보존성이뇨제인 Spironolactone은 다른 이뇨제에서는 가지지 않는 칼륨을 저류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영양학적으로 본다면 칼륨 뿐만 아니라 마그네슘도 동시에 배설이 줄어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이뇨제를 사용하는 환자에서와 달리 오히려 혈중 마그네슘이 오히려 상승하게 될 수 있다.

 

장경일 약사. 더약솔루션 공동대표

참고문헌
1) Boullata, Joseph I., and Vincent T. Armenti, eds. Handbook of drug-nutrient interactions. Vol. 26. Totowa, NJ: Humana Press, 2004.
2) TRC natural medicines. Available at: https://naturalmedicines.therapeuticresearch.com
3) 보건복지부,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4) Institute of Medicine 2001. Dietary Reference Intakes for Vitamin A, Vitamin K, Arsenic, Boron, Chromium, Copper, Iodine, Iron, Manganese, Molybdenum, Nickel, Silicon, Vanadium, and Zinc. Washington, DC: The National Academies Press. Available at: http://nap.edu/1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