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개인 맞춤형 건기식’…다시 발동 걸렸다

2024.06.17

[김민지 기자의 Next 헬스컴] 제약사들의 미래 먹거리② ‘개인 맞춤형 건기식’

건기식 소분 사업, 2020년 샌드박스 시범운영
규제완화로 올해 확대…내년부터 약국도 시행
‘레드오션’ 건기식 시장에 신사업 기대감 Up
제약사·약국플랫폼에 식품·유통기업까지 참전

[편집자주] 당사자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지만, 전통적 바이오·제약산업에서 덜 중요한 분야로 취급되던 비만·탈모, 건강기능식품 등의 비중이 경제규모와 생활수준 상승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치열하게 진행중인 이 분야 글로벌 경쟁에 도전장을 낸 국내 바이오·제약회사들이 있습니다. 성장과 생존의 버팀목이 될 미래 먹거리이자 캐시카우 신사업으로 판단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겁니다. 국내 제약사들의 도전과 성과를 짚어보고 더 주목할만한 분야는 뭐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소분 판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제약 및 헬스케어 업계에서 관련 사업 진행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식품·유통업체에서도 건기식 소분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잠잠했던 ‘개인 맞춤형 건기식’…다시 발동 걸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소비자 개인 맞춤형으로 건기식을 소분해 판매할 수 있도록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건기식 소분은 2020년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받은 기업에 한해 관련 사업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 사업 대상과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실제로 실증특례 사업 이후 다양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구독 플랫폼이 생겨났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모노랩스의 ‘아이엠’과 킥더허들의 ‘핏타민’이 대표적인 맞춤형 서비스다.

2025년 1월부터는 모든 약국에서 건기식 소분의 판매가 가능해진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실증사업으로 12곳의 약국에 건기식 소분 판매에 대한 시범 운영을 실시했고, 향후 513곳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실 현재 소분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약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 환경이 구축되면 개인 맞춤형 건기식에 대한 수요도 자동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헬스케어 기업들의 맞춤형 건기식 사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제약업계 “환영”… 新 캐시카우 노린다

건기식 시장에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물론 식품·유통업계까지 뛰어들어 소위 ‘레드오션’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치열하다. 하지만 현재 6조 원 규모의 건기식 시장이 2030년 25조 원 이상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업들의 사업 경쟁이 더 치열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건기식에서 캐시카우를 찾는 기업으로서는 이번 법률 개정안이 반가운 소식이다.

개정안에서는 기존 건강기능식품 제조업, 판매업과 별개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이 새로 신설됐다. 아울러 건기식 안전 관리, 시설 관리, 상담 등을 수행하는 ‘맞춤형 건기식 관리사’라는 자격도 새로 도입돼 안전성을 확보했다. ‘맞춤형’이라는 키워드로 건기식 시장이 더 커지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건기식 ODM 기업 콜마BNH 관계자는 “최근 제약사에서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생산 인프라와 유통망도 갖춘 상황에 소분 건기식이 활성화된다면 포트폴리오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콜마BNH의 경우 약국 전용 소분 판매 제품 공급 사업으로 대한약사회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기존 건기식의 크기 및 함량, 복합 성분 종류 등이 개선된 고품질의 약국 전용 소분 판매 제품을 만드는 등 제품 개발과 공급에 관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콜마BNH 관계자는 “믿을 만한 ODM 업체에 합리적인 가격으로까지 구매 가능하다면 소분 건기식 판매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건기식 소분 판매 상용화가 소비 트렌드로까지 이어진다면 기존 실증특례 사업으로 시작한 기업들도 빛을 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킥더허들과 건기식 소분 서비스 ‘핏타민’을 출시한 약국 플랫폼 기업 참약사는 새로운 서비스 ‘메디어리’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핏타민이 온라인 위주의 맞춤형 소분 건기식 사업이었다면, 메디어리는 롯데칠성음료의 자회사 빅썸바이오와 함께 론칭한 오프라인 약국 기반 서비스다.

참약사와 빅썸바이오가 론칭한 개인 맟춤형 건기식 추천 서비스 '메디어리'. 사진=참약사 제공
참약사와 빅썸바이오가 론칭한 개인 맟춤형 건기식 추천 서비스 ‘메디어리’. 사진=참약사 제공

참약사는 약국에서 맞춤형 건기식이 활성화될 것을 겨냥해서 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넓혔다. 기존 맞춤형 건기식 프로젝트를 통해 4가지 이상 건기식을 섭취하는 소비자로부터 수요가 많다는 점을 확인, 맞춤형 건기식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판단한 것.

참약사 관계자는 “가까운 약국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맞춤 영양제를 섭취할 수 있게 됐다”며 “혈압약, 당뇨약 등의 만성질환약부터 감기약, 진통제 등의 경증질환 약까지, 영양제와 동시복용 시 상호작용 및 부작용을 관리하며 올바른 맞춤 영양제 복용을 안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