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건기식 상담으로 틈새공략”…6평 약국의 승부수

2022.09.08

[주목이약국] 서울 삼성참약사약국 이준경 약사
1년차 매약 위주 약국…”처방에 영향 받지 않고 싶었죠”
맞춤건기식이 히든카드…상담·구독 수익이 전체 매출의 절반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병원 처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약국을 운영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일반약을 사러 왔던 분들이 동네 병의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우리 약국을 찾아옵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아요.”

처방조제 위주로 운영되는 약국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갖기 위한 약사들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고층빌딩이 길게 늘어선 강남구 테헤란로에 자리잡은 개설 1년차 ‘삼성참약사약국’도 그 중 한 곳이다. 약국 건물에 병의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1층 약국이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위치도 아니다. 또 6평 규모 소형 약국의 한계도 있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었다. 개인맞춤형 건기식 상담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고, 1년 만에 문전약국 부럽지 않은 약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 매약이 약 80%를 차지하는 약 6평 규모의 소형 약국이다.

제약사에서 약 5년을 근무한 이준경(35· 충남대 약대) 약사는 작년 9월 상담 위주 약국 개설을 목표로 했고, 불과 1년 만에 자리를 잡기까지는 맞춤건기식 온라인 상담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팜비오 중앙연구소에서 2년 정도 제제 연구를 했고,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선 연구와 영업마케팅을 약 3년 했어요. 제약사를 다니다가 내 걸 해보자는 고민으로 약국 개설을 마음먹었죠. 약국 경험은 대학원을 다니면서 근무약사로 일한 게 전부였어요.”

이 약사는 병원 처방에 의존하는 약국보다는 스스로의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약국을 찾고 싶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고, 우연치 않게 현재 약국 상가를 소개받았다. 직장인들은 많았지만 병의원이 없어 누군가에겐 기피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한동안 발품을 팔면서 알아봤는데 쉽지는 않았어요. 때마침 제안을 받았어요. 당시 재택근무율이 높은 때였는데도 유동인구가 많아서 적합한 위치라고 판단했어요. 실제로 일 객수는 70~80명인데 조제 비율은 10~20% 밖에 되지 않습니다.”

친절과 친근함을 중요한 경영 목표로 삼고 있다는 이 약사는 가급적 365일 약국 문을 열려고 노력 중이다. 이 약사의 친절함에 멀리서 병의원 처방전을 들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었다.

“매약 위주 약국 치고는 조제약 종류가 많아요. 환자들이 처방전을 들고 오는데 약이 없을 때에는 전부 구비해 놓는 편이예요. 다음에 오실 땐 약이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실제로 그분들이 다시 찾아와서 약이 있으면 고마워하죠. 이젠 동네 병의원에서 처방 받은 걸 우리 약국으로 가져오세요.”

◆맞춤건기식이 매출의 절반…구독서비스로 누적수익 쏠쏠

이 약사는 정부 규제샌드박스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는 개인맞춤형 건기식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빅썸과 참약사가 함께 운영하는 ‘핏타민’에 현재 약국 50여곳이 참여 중인데, 이 약사는 이 중에서도 단연 높은 상담·구독률을 기록하고 있다.

1회당 7000원~1만원으로 책정돼 있는 상담료와 건기식 정기구독 서비스로 생기는 누적 수익은 약국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루 많이 몰릴 때는 10~15명씩 상담을 했어요. 최근에는 평균 4~5명씩 상담을 하고 있고, 매일 1~2시간은 상담을 하죠. 정기구독을 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예요. 구독자가 늘면 매달 들어오는 수익도 커지죠. 현재 전체 매출에 절반 정도를 차지해요.”

 ▲ 맞춤건기식 비대면 상담 내용을 설명해주고 있는 이준경 약사.

온라인으로 건기식 상담 신청을 하면 약국에서 비대면상담을 진행하고, 맞춤형 소분 건기식을 제조사에서 발송해주는 서비스다. 맞춤 건기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약국 상담 요청이 늘었고,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상담요청 알림은 계속 됐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요새 영양제를 찾는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어요. 젊은 소비자들 중에 이미 건기식을 챙겨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그 중엔 자신이 알맞게 먹고 있는 건지, 뭘 먹어야 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약국을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도 맞춤건기식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상담해드리고 있어요.”

약국 경험이 비교적 짧은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제약사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었다.

“연구소에 있을 때엔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는 걸 많이 배웠어요. 영업마케팅을 하면서는 만나서 설득하고 대화하는 걸 체득했죠. 그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익혔던 거 같아요. 당시 경험들이 정말 중요했던 거 같고, 돌아보니 버려야 할 경험은 없는 거 같네요.”

친절하고 친근한 약국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 약사는 1인 약국을 운영하면서 지역 약사회 회무에도 참여하고 있다. 가능한 연중무휴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어 어려움은 있지만 애정을 갖고 있다.

현재 강남구약사회 보험정보이사로 위원회 사업 뿐만 아니라 비대면진료 시위 등 약사사회 현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젊은 약사들도 회무에 참여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또 약국 안에만 있으면 세상 변하는 걸 못 따라 갈 거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물론 1인 약국을 운영하면서 쉽지는 않은데, 약사사회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약국만 운영할 수는 없죠. 불가피하게 양해를 구하고 약국 문을 닫고 시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가끔 물어보긴 하지만 설명을 하면 다들 이해를 해주세요. 앞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친절하고 친근한 약국으로 기억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정흥준 기자 (jhj@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