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포르민 복용 시 비타민B12 결핍 주의

2022.08.29

당뇨병 치료제와 영양소

 

드럭머거(drug muggers), 단어 그대로 영양소 ‘도둑’이라고도 해석되는데 미국의 수지코헨 약사가 최초로 제시했다.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이 분해, 흡수, 배출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필수적 영양소를 고갈시킬 수 있다는 개념으로 국내에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켜 왔다. 특히 약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환자 상담의 주요한 툴로 활용되고 있다. 대한약사저널은 더약솔루션 장경일 대표와 함께 테마질환의 드럭머거를 전격 연재한다. 약물 부작용으로부터 환자를 지키고 최고의 신뢰받는 약사로 거듭나자. [편집자 주]

일반적으로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영양제를 섭취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당뇨병 환자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 다른 대사질환과 비교해보아도 영양제를 섭취하는 비율이 상당히 낮게 나타난다.

물론 혈당 관리 영양제의 시장 규모가 다른 질환 대비 적은 것도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혈당관리를 위한 영양제 섭취가 아닌 비타민·미네랄 섭취 비율도 낮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시장 규모에 의한 영향보다 개인의 건강행동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당뇨병 환자는 약물 치료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며 영양제를 통해 치료에 부가적인 도움이 되는 것에는 비교적 관심이 적은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약물과 영양소에 대해 안내할 때 이 점을 고려해 혈당 관리에 보조적 도움을 주는 성분을 안내해주는 것도 좋지만 약물치료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영양소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안내지침이 될 수 있겠다.

당뇨병 치료제와 코엔자임Q10
일부 당뇨병 치료제는 코엔자임Q10의 효소 활성을 억제하고 내인성 수준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코엔자임Q10 보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Biguanide계열인 Metformin 성분이 대표적이며 일부 Sulfonylurea 계열도 포함되는데, Dymelor와 Glyburide, Tolazamide가 코엔자임Q10 활성을 억제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Tolbutamide, Glypizide, Chlorpropamide 등은 저해하지 않는 성분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는 당뇨병 치료제의 부작용 발현과는 연관이 없고 결핍 유발 수준에 대한 확증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며, 대상 약물의 범위도 다소 불명확하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약국 현장에서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코엔자임Q10을 권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코엔자임Q10은 혈당 관리에도 미미하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근거수준이 충분하지 못하다. 건강한 사람이 코엔자임Q10을 12주간 하루 200mg 섭취 시 프로인슐린 대비 인슐린 비율이 높아지고 식사 후 인슐린 방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등 코엔자임Q10의 복용이 당뇨병 환자의 공복 혈당 수치나 당화혈색소 수치 개선에 직접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반면 다수의 다른 연구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하지 않거나 일관되지 못한 결과를 보이는 등 당뇨병 치료 목적의 임상적 활용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당뇨병 환자가 흔하게 겪게 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나 산화스트레스 감소에 목표를 둔다면 코엔자임Q10의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코엔자임Q10을 12주간 400mg/일씩 복용하도록 해 위약 대조군에 비해 신경전도와 신경병증성 통증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산화 스트레스 수치 또한 유의미한 수준으로 감소됐다.

메트포르민과 비타민B12
메트포르민에 의한 비타민B12 감소는 메트포르민 치료 환자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이상반응이다. 메트포르민이 비타민B12 흡수에 필요한 내인성 인자를 방해하고 장 운동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으로, FDA를 비롯한 각국의 규제당국에서는 메트포르민 성분 의약품에 대해 비타민B12 결핍증 발생 가능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에 의한 비타민B12 감소는 경우에 따라 결핍 수준에 이르게 되는데, 1111명의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메트포르민 복용자의 최대 30%에서 비타민B12 결핍 상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메트포르민의 용량이 높을수록 복용기간이 길수록 비타민B12 감소 수준이 커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특히 누적 복용량(누적복용량=용량×복용기간)이 가장 유의한 요인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당뇨병에 의한 신경병증과 비타민B12 결핍증으로서의 신경병증이 복합적으로 발생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메트포르민 복용 환자에서 비타민B12 모니터링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신경병증 점수에 대한 메트포르민의 HbA1C와 비타민B12 매개 효과에 대한 연구를 보면 메트포르민은 신경병증 점수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HbA1C의 저하를 통한 유익한 중재효과와 methylmalonic acid(homocysteine보다 더 특이적인 조직 내 비타민B12의 마커) 증가에 따른 영향이 상쇄된 결과이다.

당화혈색소의 관리를 통해 신경병증 발생이 감소하는 정도와 비타민B12 결핍에 의해 신경병증 발생이 증가하는 정도를 분석한 이 연구는 장기간 메트포르민 사용자의 비타민B12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Mattijs Out et al., 2018).
메트포르민은 최고의 당뇨병 치료제인 만큼 투여를 중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메트포르민 복용 환자는 혈중 비타민B12 수치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령 비타민B12 결핍이 발생하더라도 메트포르민을 중단하기 보다 비타민B12를 병용 투여하는 것이 권장되며, 위산 분비가 낮은 사람이나 채식주의자, 노인 등 비타민B12 흡수가 취약한 계층은 예방적으로 보충제를 통해 비타민B12를 섭취하는 것도 좋다.

메트포르민과 엽산
메트포르민은 혈청 엽산 수치를 낮추고 엽산 결핍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엽산 결핍은 비타민B12 결핍과 함께 homocysteine을 상승시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메트포르민이 엽산 결핍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지만 당뇨병 합병증 발현과도 연관성이 있는 고호모시스테인혈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엽산 보충제가 필요할 수 있다.

엽산은 일반적으로 B12와 함께 보충되는 비타민이다. 조혈작용과 호모시스테인 대사에 공통적으로 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엽산 단독 섭취 시 비타민B12 결핍의 신체 증상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타민B12 결핍 가능성이 있는 대상에게는 진단되지 않은 B12 결핍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엽산과 비타민B12의 병용섭취가 권장된다.

메트포르민과 비타민B1
티아민은 해당과정의 피루브산이 미토콘드리아 크렙스 회로로 들어가는 데 관여하기 때문에 티아민 활성을 감소시키면 피루브산이 젖산으로 전환되는 양이 증가할 수 있다. 이 효과는 메트포르민과 관련된 일부 젖산증(Lactic acidosis) 사례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인체를 대상으로 한 확증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메트포르민이 티아민 수송체(Human thiamine transporter, THTR-2, SLC19A3)의 기질로 작용한다는 최근의 연구가 발표되면서 메트포르민이 티아민을 경쟁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있고, 이와 관련된 drug-nutrient interaction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메트포르민은 비타민B1과도 상호 연관성을 가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비타민B1은 당 대사 과정에서 티아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당뇨환자에서 비타민B1 섭취로 인해 우려할 만 한 부작용이 거의 없다. 따라서 여러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메트포르민을 복용 중인 당뇨환자에게 티아민의 중요성을 안내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당뇨병과 비타민D
당뇨병 환자에서 비타민D의 의미가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다.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4~48주 동안 비타민D 보충으로 당화혈색소(HbA1c)가 0.25% 감소했고, 비타민D 결핍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에서는 대조군 대비 공복 혈당 수치를 개선한 결과도 나타난다.

다른 연구에서도 공복혈당 또는 당화혈색소에 약한 수준의 긍정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지 확인하고자 했던 한 메타분석에서는 6개월 미만 지속되는 연구에서 HbA1c, 인슐린 저항성 및 인슐린 수치를 개선하지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1형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 평가한 연구를 살펴보면 생후 1년 동안 매일 비타민D 보충제를 사용한 경우 1형 당뇨병 발병률이 유의하게 감소했고, 어린 시절 비타민D 보충제 사용의 효과를 평가한 메타분석에서도 1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29%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연구를 종합해보면 2형 당뇨병이나 임신성 당뇨병에서 혈당관련 수치들은 비타민D 보충과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1형 당뇨병의 예방과도 연관성을 갖는다.

한편 당뇨병 치료제 복용으로 인한 비타민D 수치 변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일부 관찰연구에서는 특정 치료제와 비타민D 수치와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이것이 특정 치료제와 직접 관련성인지 기대하거나 결론을 짓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특정 당뇨병 치료제와 비타민D를 연관지어 고려하는 것보다는 당뇨병과 비타민D의 연관성에 대해 고민하고 대응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경일 약사. 더약솔루션 공동대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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