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두뇌 트레이닝하면 기억력 2배 상승?

2022.06.07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 <1>

시대의 패러다임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폭풍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이던 국내 보건의료계도 변화의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같던 디지털치료제도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디지털치료제는 무엇일까요, 작동 원리는 무엇이며, 어떤 질병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상담포인트는 무엇인지, 아직은 막막합니다. 이에 ‘참약사 디지털헬스케어 스터디 DOPA’를 통해 약사의 새로운 영역을 함께 공부하고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앞서 살펴봤던 치매와 ADHD는 모두 인지능력의 저하와 관련된 질환이다. 뇌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이러한 질환은 약물치료 외에도 뇌를 ‘지속적으로 쓰는’ 즉 두뇌훈련이 예방 및 치료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두뇌 훈련 게임 형태로 접근하는 디지털치료제 개발이 다수 이루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의료기기 또는 의약품처럼 사용한다는 디지털치료제 또는 디지털치료기기 라는 개념이 확립되기 전에도 게임을 활용한 두뇌훈련 및 인지기능 개선 시도는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본 원고에서는 인허가를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치료기기 외에도 사용되거나 개발중인 인지기능 개선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을 전반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EndeavorRx의 전신, 뉴로레이서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애덤 가잘리박사가 개발한 게임인 ‘뉴로레이서(Neuroracer)’는 한 손으로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화면 중간에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물체 중 정해진 색깔과 모양의 물체를 인식해 버튼을 누르는 게임이다.

60~85세의 참가자 46명을 일주일에 3시간씩 총 4주 동안 뉴로레이서를 통해 멀티태스킹 훈련을 한 결과, 참가자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은 연구 참여 전보다 대폭 상승한 것을 통해 고령층의 인지기능 향상 효과를 입증해 2013년 9월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이후 뉴로레이서는 Akili Interactive Lab의 라이센싱을 통해 FDA에서 최초로 허가받은 게임형 디지털치료제인 ‘EndeavorRx’로 발전했다.

임상적으로 입증이 되진 않았더라도 2005년 큰 인기를 끌었던 닌텐도DS의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이나 틀린그림찾기, 스도쿠, 노노그램 같은 집중력, 인지력, 논리력 향상 게임 등 게임을 통해 아동이나 노인의 인지능력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두뇌트레이닝’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이 현재의 디지털치료기기로서 발전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다운받는 인지능력 개선 프로그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다운받는 Business-to-Consumer(B2C) 인지기능 개선 프로그램은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인지능력’ 또는 ‘인지훈련’ 등으로만 검색해도 굉장히 많은 종류의 앱이 검색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대부분 별도의 제약 없이 다운로드만으로 또는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결제 후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50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Lumosity는 교육부문 2위에 오를 만큼 인지훈련 앱 중에서 높은 인기를 기록하고 있다.

Lumosity는 웹 플래시게임으로 시작해 어플로 발전했는데, 어플을 처음 실행하면 맞춤테스트를 통해 기억력, 주의력, 유연성, 문제해결력, 속도, 계산력 중 원하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 측정은 모두 게임을 통해 이뤄지며 게임을 완료하면 수행점수와 같은 연령대의 사용자 대비 어느 정도에 위치하는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이후 월 약 1만4000원, 연 약 7만원 정도의 비용을 결제하면 60개 이상의 게임을 통해 하루 약 15분정도의 두뇌훈련 계획을 수립해준다.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반면 효과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2015년 4715명을 대상으로 10주간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며 임상적 효능을 입증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주 5일, 매일 15분 동안 두뇌트레이닝을 수행한 실험군에서 같은 시간 동안 심자말풀이를 활용한 대조군 대비 작업기억, 산술추리, 처리속도 등이 2배 이상 상승했다.

구글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에서 직접 다운받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중 뉴로네이션, Peak, CogniFit은 모두 유사한 형태로 두뇌의 각 영역을 훈련하는 미니게임을 제공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모두 특정 연령군이나 질환군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정상인들을 타겟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반면 ‘룩시드랩스’의 VR기반 멘탈 헬스케어 솔루션인 ‘LUCY’는 인지기능의 저하 여부를 조기에 발견해 조기 치매를 스크리닝하려는 목적 하에 개발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오기 20~30년 전부터 뇌에 비이상적 침착이 시작되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심각한 수준의 뇌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대다수인 만큼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LUCY에서는 VR기기에 부착된 뇌파센서를 통해 사용자가 게임을 하는 동안 지속주의력, 작업기억력, 공간지각력을 측정해 병원 방문 없이도 일상 속에서 인지기능 상태를 측정하도록 한다. B2C모델로 사업화를 진행 중인 LUCY는 2020년 pre-series B투자를 유치하고 CES 2022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시장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성혜빈 약사. 참약사 디지털헬스케어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