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전 30개 약국 벤치마킹…핵심은 환자 눈높이

2021.04.27
[주목! 이약국] 경기 김포 포도약국 김용현 약사
‘약 한포 한포도 마음을 담는다’
경사로·라운드 복약대 등 환자위한 공간 배치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한창 신규 아파트 단지와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김포 한강신도시. 이곳에 늦은 밤까지 불을 환히 밝히고 있는 약국이 있다.

SNS에서도 ‘예쁜 약국’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이름 마저 예쁜 ‘포도약국’이다.

 ▲ 조명과 색감을 살려 낮에도, 밤에도 약국이 눈에띈다.

햇볕이 잘 드는 상가 1층에 위치한 이 약국은 통창에 은은한 조명을 사용해 절로 눈이 간다. 주 출입구 가장자리에는 쥬얼리 브랜드 ‘티파니’를 연상케 하는 틀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이곳에 약국이 생긴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2월에는 이비인후과와 소아청소년과, 치과가 4층과 5층에 입점했다.

 ▲ 라운드 형태로 맞춤 제작한 복약대.

포도약국은 소청과 환자들을 고려해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의 눈높이에서 설계된 약국이라는 느낌이 든다. 소아환자들과 보호자들에 맞춰 계단 대신 경사로를 만들어 유모차가 진입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으며 복약대 마저도 모서리 지지 않게 라운드로 맞춤 제작했다.

‘섬세한 아이엄마’ 관점에서 디자인된 듯한 이 약국의 약국장은 30대 초반의 미혼 남약사다.

김용현 약사(33·단국대약대)는 ‘엄마 마음에 쏙 드는’ 약국을 운영하기 위해 6개월간 수십곳의 약국을 탐방하고 선배약사들을 찾아가 하나라도 놓칠 세라 꼼꼼히 비법을 기록했다. 페이약사를 하면서도 ‘페이’는 받지 않고 대신 노하우를 배웠다.

그 결과 경력이 길지 않은 새내기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이 맞나 싶을 만큼 탄탄한 내공을 갖춘 약국으로 자리잡게 됐다.

◆Grape만 생각하면 오산…”포근한 마음의 온도 느끼는 약국이길”

 ▲ 김용현 약사.

포도‘에서 Grape를 떠올리기 쉽다.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하면서도 귀여운 단어로 이름을 만들다 보니 포도약국이 됐다. 여기에는 ‘포근한 마음의 온도’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약국 안쪽에는 ‘약 한 포 한 포도 마음을 담는 약국’이라는 김 약사의 각오가 적혀있다. 약국 이름 하나에도 뜻과 각오가 담겨있다.

김용현 약사가 꿈꾸는 약국은 환자가 편한 약국, 환자 얘기를 최대한 많이 듣는 ‘환자중심 약국’을 만드는 데 있다.

27살에 약대에 입학한 김용현 약사의 꿈은 신약개발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무실습을 경험해 보고, 면허를 받은 뒤 병원약사로 근무해 보며 직접 환자를 만나 필요한 정보를 주는 약사의 역할에 매료돼 개국을 결정하게 됐다.

재학 중에도 그는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 협회장도 맡으며 매사에 열정적이었다.

약국은 365연중무휴로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하지만 늦게 까지 마무리하면서 급하게 약을 구입하러 온 소비자들을 마주한다. 신도시 특성으로 인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약국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약국에서 뒷정리를 하고 공부, 운동도 하며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어 다행’이라는 환자들을 보며 되레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모차 경사로부터 라운드형 복약대, 쇼파까지 ‘섬세함의 끝판왕’

포도약국은 김용현 약사가 머릿 속에서 생각하던 이상적인 약국의 모습들을 모두 녹여냈다.

 ▲ 계단을 없애고 경사로를 설치했으며, 편안한 그레이 쇼파로 아픈 아이들이 잠시라도 누워 쉴 수 있다.

 ▲ 처방전 접수대.

엘리베이터를 내려 약국으로 들어오는 문은 자동문이다. 기존 계단을 철거하고 경사로를 만들었다.

경사로 맞은 편에는 접수대가 있어 처방전을 접수할 수 있고, 접수가 완료되면 본인 순서와 조제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경사로 옆에 놓인 쇼파는 2~3인용 그레이톤 쇼파가 있다. 일반 약국에서 흔히 보던 쇼파가 아닌 아파서 약국을 찾은 아이들이 조제하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하게 누워 쉴 수 있는 쿠션감이 있는 의자가 비치돼 있다. 쇼파 옆에는 초록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며 자리잡고 있다.

김 약사는 “어떤 약국들은 쇼파 아래에 드링크 박스 등을 놓는 경우가 많은데 적어도 아픈 아이들이, 환자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가 직접 고를 수 있는 응급의약품과 가정상비약.

경사로를 따라서는 보호대·마스크, 치아건강·구강용품이 코너별로 구비돼 있다. 옆쪽에는 가정상비약·응급용품을 소비자가 스스로 고를 수 있도록 했으며 많이 판매되는 다빈도 일반약들은 한쪽으로 묶어 진열했다.

상담을 통해 주로 구매가 이뤄지는 피로회복·비타민 제품은 약사 뒷쪽에 배치했다.

또 약사 뒷편 냉장고 외에 유산균 전용 냉장고와 드링크 전용 오픈형 냉장고가 각각 비치돼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높였다. 또 파스 등도 소비자들이 직접 사이즈를 비교하고 대볼 수 있도록 오픈해 진열했다.

 ▲ 소비자들이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는 파스 코너.

약국 ‘톤’ 역시 약사가 신경쓴 부분 중 하나다. 포도약국의 이미지를 잘 살리면서도 따뜻한 색감을 찾기 위해 페인트를 섞고 60여개의 조명도 설치했다. 그는 “약국 전문 인테리어 업체가 아닌 곳에 의뢰했다. 선배들의 조언을 토대로 동선을 짜고 전반적인 색깔 톤, 바닥재, 조명 하나하나 신경썼다”며 “코로나 영향도 있었지만 개국 준비에만 6개월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경험 부족, 배우는 것 말고는 방법 없어”…가르침 얻으로 약국으로

김용현 약사는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배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고 말했다. 지방도 마다않고 찾아다녔고, 이러한 경험이 개국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

그는 “30군데 이상 약국에서 파트약사를 했다. 벤치마킹할 만한 것들을 적어놓고, ‘돈 대신 경험을 알려달라’고 선배약사들을 설득해 경영 노하우를 배웠다. 약사 뿐만 아니라 전산직원들 얘기도 경청했다.

 ▲ 투약병에 복용량을 표시함으로써 아이를 돌봐주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쉽게 조제할 수 있다.

투약병에 네임펜으로 복용해야 하는 시럽양을 체크해 주는 ‘꿀팁’도 선배약국에서 배운 노하우다. 최근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돌보는 경우가 많다 보니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돋보기를 쓰고 조제를 해야 하지만, 약국에서 복용량 만큼 네임펜으로 선을 그어드리면 보다 편하게 투약을 할 수 있다는 것.

 ▲ 동선을 최소화한 처방전 접수하는 투약구.

또 직원들의 동선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반영해 접수대에서 조제실로 처방전을 건넬 수 있는 투약구도 만들었다.

선배들을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챙기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용현 약사는 “‘환자들이 이런 부분까지 알아챌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런 부분들을 캐치해 내는 걸 보고 놀랐다”며 “약국이 예쁘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혼자 있다 보니 바쁘고 어려운 것들을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약국이 잘 되더라도 현재의 마음을 끝까지 가져가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여럿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동선 등을 짜놓은 만큼 일 잘하는 약사 보다는 환자를 위해 함께 하는 약사들과 좋은 약국을 만들고 싶다”는 바램을 드러냈다.

이어 “환자들에게 정확한 건강과 약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약국이 되고 싶다”며 “초심을 잘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강혜경 기자 (khk@dailypharm.com )